여행

" 지리산 둘레길" 답사 여행기-1부

운학처사 2009. 9. 2. 09:03

나의 벗님이 지리산길 답사 여행기를 보내왔는데 혼자보기에는 너무 진주같은 글이어서 게시합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기대하여 봅니다. 앞으로 1부에 이어 2부, 3부를 연재할가 합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09.7.30(목), 운봉-인월구간 9.6Km]

 

나 이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 한 그루 심은 적 없으니

죽어 새가 되어도

나뭇가지에 앉아 쉴 수 없으리

나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까지 나무에 물 한번 준적 없으니

죽어 흙이 되어도

나무뿌리에 가닿아 잠들지 못하리

                       <정호승, ‘참회’>

지리산길 안내센터는 남원의 인월면에 있다.

인월은 지리산길의 출발점이 아니라 지리산길 걷기를 설계하는 곳이다.

걷는 이가 어떻게 걸을 것인가를 결정하고 걸을 수 있는 중간지점이다.

인월 버스승강장에서 얼마되지 않는 곳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다.

삼사십여대의 차가 무료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물론, 지리산길 안내 리플렛도 거저 주고, 모든 것을 안내해준다.

칼라로 제작된 예쁜 지리산길 전체 안내도는 지원성금조로 1000원씩 받는다.

이런 길 만드는 이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한 장 구매하는 것도 따스한 일.

'지리산 둘레길’이란 책자도 15000원에 판매한다.

지리산길의 이런저런 얘기가 구수하게 담겨있다.

덤으로 제주 올레길도 소개되어 있다.

 


지리산길에는 길안내 표지목이 곳곳에 있다.

갈림길마다 혹은 깊은 산속에서 이길이 맞나하는 생각이들때 쯤이면 반갑게 나타난다..

검은 화살표를 따라가면

주천, 운봉, 인월, 수성대, 장항, 매봉, 등구재, 금계, 벽송사 동강, 수철리로 가게된다.

물론, 붉은 화살표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된다.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하는 인생살이처럼

처음에 정한 화살표 색을 따라 걸어야 목표지점에 이를 수 있다.


준비된 길을 걸어야하는 수고로움만 즐긴다면 목적지에 이르는 것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


그렇다, 

준비가 잘되어야 삶이 고달프지 않다.


우리 인생살이에도 표지목이 이처럼 마련되어 있으면 삶이 한결 충만할까?

 

 

인월에서 운봉으로 가는 산길이다.

길은 넓고, 사람은 적고, 친구들끼리 맘껏 떠들며 걸을 수 있는 길이다.

숲길을 걷다가 이곳에서 고라니를 만났다.

아프리카의 야생동물 국립공원에 간 듯한 기분...

워낙 빨라 그 모습을 잡아낼 수 없어 숲의 흔들림만을 감상했다.

지루하고 더운 숲길에서의 작은 설레임이었다.

인생살이의 따분함도 이런 이벤트로 잠시 벗어날 수 있을 터...

지금까지 멋없이 살아온 날들을 반성하자...

인월에서 이런 길을 한시간이상 걸으면

판소리 동편제의 고향 ‘비전마을’에 이른다.

 

 

인월에서의 산길을 벗어나 비전마을이 보이는 곳에 ‘옥계댐’이 있다.

산중이라 그런지, 낚시꾼도 없고, 뱃놀이하는 사람도 없다.

그저 적막강산이다. 쓸쓸하다.

 

 

산길을 내려와 만나는 비전 마을 동구정자이다.

‘비전마을’은 지명이 상당히 서구적이다.

그러나, 비전은 Vision이 아니라 ‘碑前’이란다.

이성계의 황산대첩 승전을 기리는 황산대첩비를 지키는 마을이란다.

그래서 비전이라 한단다.

이 마을의 자존심 황산대첩비,

잘 보존되어 있다.

마을 사람들이야 이태조의 공을 기리며 사는 자부심이 있을 지 모르지만

지나가는 나그네로서는 그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석앞 마을'이라니 !

마을을 보듬고 있는 황산이 서운하지 않으려나 ?

군왕에게 잘 보여야하는 시대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황산 기슭에 조용히 안겨있는 조용한 마을.

비전 마을!

황산대첩은 계백장군의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나의 얄팍한 역사 소양,

이곳에서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동구의 정자나무 넓은 평상에 염치없이 누워있는 길걷는 부부의 모습이 여유롭다.

나도, 옆에 세워진 멋진 누각에서 큰대자로 누워 더위를 식혔다.

아, 달콤했던 비전마을의 잠이여!

 

 

비전마을은 판소리의 중시조 가왕 송흥록, 국창 박초월이 살았던 곳이란다.

송흥록의 손자 송만갑의 지도를 받아 국창이 된 박초월의 생가도 옆에 있다.

판소리의 고향답게 꾸며진 볼거리가 있다.

판소리 귀곡성의 일인자였던 송흥록의 창이 궁금해진다.


지루한 걷기 과정에서의 오아시스다.

어린왕자님의 말씀을 잠시 빌리면

‘걷기가 아름다운 것’은 이런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송흥록에서 송만갑으로 이어지는

동편제 판소리가 구성지게 흘러나오고 있다.

종일 쉬지 않는 판소리에 묻혀 사는 ‘비전마을’의 아이들은

학교로 말하면 판소리를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이수하는 셈이다.


아마, 비전마을 사람들 모두 판소리 한 곡조는 제대로 뽑을 것이다.

정선아라리 못하는 정선사람들 없듯이 말이다.

 

 

비전마을에서 운봉으로 가는 둑방길이다.

이런 길을 1시간이상 걸어야 운봉에 이른다.


멀리가는 이는

하루 휴가내고 인월-운봉 구간을 잠시 걷고 가는 서울서 온 처자고,

뒷모습이 어정쩡한 이는

걷기’를 좋아하는 나의 동반자다.

아무리 더워도 늘 긴소매의 옷을 고집하는 우리집의 지배자다.

이런 고집스런 지배자 덕분에

우리 집은 태평성대를 구가한다.


방천길을 걸으니 어린 시절의 고향이 생각난다.

참 쓸쓸하고, 그리움과 기다림이 넘나들었던 길.


“아이들 다 돌아가고 / 빈도시락 달각거리는 /  책보 허리에 매고 /  뛰던 방천길

 세상은 진작부터 / 외롭고 쓸쓸하였다“   <박경리, '판데먹목 갯벌'>

 

 

비전마을에서 운봉으로 가는 둑길은 들판과 작은 시내를 끼고 걷는다.

한여름의 땡볕은 그야말로 고행이다.

그늘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다.

반가운 것이라곤 이런 강가의 풍경이다.

이 물이 흘러 낙동강으로 간단다.

전라도의 물이 경상도의 낙동강으로 간다는 말을 들으니 좀 어색하다.

지역으로 편가르는 일상에 함몰된 나의 마음 풍경 탓이다.

부끄럽다.


이 길의 중간에서

엄마, 아빠 따라 주천에서부터 20여Km를 걸어온 초등학생 2명을 만났다.

엄마, 아빠는 신나는데

아이들은 그야말로 죽을 상이었다.

제대로된 ‘추억 만들기’를 하는 젊은 부부가 아름다웠다.

대전에 산다는 그 가정에 행운이 넘치기를...

 

 

운봉읍내 번화가이다.

운봉 양조장앞 사거리, 이곳에 와야 시내버스를 타고

인월이나 남원으로 갈 수 있다.


인월-운봉길 끝나고 큰 길로 나오면 운봉읍사무소가 나온다.

커다란 읍사무소 앞에 버스 정류장도 있다.

그곳에서 기다리면 낭패다.

그곳은 직행버스만 아주 가끔 다닌다고 한다.

잘 알 수 없는 버스시간표를 보면서 한참 기다리다

우연히 사람을 만나 배운 소중한 정보이다.

지역의 중심 행정기관 앞인데도 건물만 위용을 자랑할 뿐, 인적이 드물었다.

요즘 관청의 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세계로 도약'하는 지역발전을 위해서

세계최대의 관공서 건물을 지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주장이 생각난다.


시내버스를 타려면 읍사무소 앞에 나있는 길을 따라 운봉양조장 앞으로 가야한다.

그곳에 가도 시내버스 승강장 안내판은 없다.

그러나, 그곳이 버스 타는 곳이다.


운봉 시내에서는 사람 구경하기가 참 어려웠다.

읍 규모의 지역인데도 이러하니 우리네 시골은 더 일러 무엇하랴!

 

 

나의 애마와 함께 휴식한 인월의 흥부휴양림 숙소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방4칸짜리 숙소,

1일 숙박료 4만원

취사, 샤워 모두 가능한 콘도식 휴식처

조용하고, 깨끗하고, 편안한 곳이다.

운봉에서 인월로 가는 길목,

흥부골휴양림에 있다.

지리산 안내센터에서는 20분쯤 걸어야하고,

차로는 5분이면 만사 OK이다.

011-604-4481로 전화하면 주인장과 직접 연결된다.


인월은 ‘남원추어탕’집이 별미집으로 알려져있다.

1인분 7,000원,

맛은 있는데 좀 맵다.

남원 광한루 옆의 추어탕보다는 못하다.

그 집의 뚱뚱한 초등학생 아들

손님상이 두상인데 ‘바빠 죽겠단다’

아마, 텔레비젼 못보는 투덜거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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