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지리산 둘레길" 답사 여행기-2부

운학처사 2009. 9. 4. 22:09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을 걸으며

  

 표지

 

지리산안내센터의 예쁜 아가씨 왈,

“인월-금계구간은 볼거리가 제일 많아 인기가 있어요”

이 말에 필을 받아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

‘얼마나 좋길래, 인기가 있을까?“

미지의 세계에 대한 기대 만발!

안내센터에서 출발하여 구인월교를 건너니

안내표지목이 반긴다.

검정색 화살표를 따라 20Km쯤 걸으면 경남 함양땅 금계에 이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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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을 따라 걷기 시작!

산을 따라 걷는 하루 길로는 만만한 거리는 아니다.

출발에 앞서 ‘마실물 충분’하게,

간식거리는 알아서 준비!


배낭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오른쪽 멀리 보이는 것이 인월에 있는 호텔이다.


인월면에서 옆마을로 에둘러 가는 길!

지름길이 보이는 지루한 길.

지리산둘레길을 만든 이들은 지름길보다는 이 길을 둘레길로 정했다.

지리산 둘레길이 관광을 위한 길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걷는 지루함과 사는 일의 지루함이 여기서 함께한다.

길 초입에서 만난 동네 할아버지 왈

“이 짝으로 가도 되구... 저짝으로 가면 금방 가는 디 !”

살짝 흘려 주는 정보, 고마웠다.

그래도 나는 원래대로 지루한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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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걸어야하는 들판길,

벙천길 한 구석에서 쓰레기 태우는 할아버지만 가끔 만날 뿐,

멋진 풍광이나, 볼거리를 기대하지 마시라.

시골 양반들, 생활쓰레기 처리방식이 완전 환경파괴 방식이다.

고약하다.

둑길을 따라 한참 걷다보면 마을에 이른다.


사람 구경하기 힘든 마을의 속살을 헤집고 올라가다보면

산길에 접어든다.


그런데, 저분은 걷다가 왜 저리 서 있을까?

상상해 보시라.

아니면, 그곳에 가서 확인하시길....

황매암가는길2

 

인월에서 1시간 반쯤 걸어서 만난 곳이다.

산길을 조금 오르면 두 갈래길이 나온다.

임도로 가는 편한 길, 황매암으로 가는 숲길이다.

이곳에서 오른편의 숲길로 접어 드시라.

시원하고, 아름답다.

때묻지 않은 길이다.

이런 곳에서는

세상의 잡사를 입에 담지 않아야 한다.


황매암길3


산길은 무풍경이다.

그저 나무와 풀로 이뤄진 숲이다.

그들이 어울려 내뿜는 그 향기가 넘치는 공간이다.

지리산 둘레길에는

이런 벌통이 곳곳에 놓여 있다.

덕분에 벼꽃이 피어나는 들판길은 붕붕대는 벌떼소리가 대단한다.

稻香은 찾기 어려워도 稻花에 매달린 벌떼들,,,

들판의 고요를 깨는 붕붕거리는 그 소리는  현장에서만 확인가능한

자연의 오케스트라다.

'벌들의 합창‘

갈길이 바쁜 이들은 전혀 들을 수 없는 자연산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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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가에 도라지꽃이 한창이다.

도라지 꽃을 보면서 엉뚱한 싯구가 떠올랐다.

“자주꽃 피면 자주색 감자, 하얀 꽃이 피면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도라지도 그런가?

어리석다.


꽃을 꽃으로만 봐야지, ‘무엇’으로 봐서야 되겠는가?

꽃의 마음을 읽어내는 일은 부처의 경지일 것이다.

“그냥 꽃다이 늙어갈게”

그런 경지에 들어가고 싶다.


황매암길5


숲속에 고즈넉하게 자리잡은 황매암이다.

암자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크다.

깨끗하고, 참 조용한 도량으로 보인다.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누가 될까봐 속인들은 비껴 지났다.

황매암,

암자 이름이 종교적이라기 보다는 詩的이다.

사람의 그림자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매화 그림은 一枝梅라야 일품이란다.

이 산길의 비세속 도시, 황매암

이 고장의 일지매가 되고자하는 곳일까?


“눈에 들기는 어지러운 천만떨기 / 마음에 남기는 단지 두세가지” <화가 이방응>


수성대길2

 

황매암을 옆으로하고 산길을 오르면

시원한 숲길 아래 수성대에 이른다.

이 사진은 수성대 옆에 있는 약수터 모습이다.

바가지가 있어 약수터로 생각했다.

저 바가지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리 생각할까?

세속의 나일론 바가지가 작은 옹달샘에 역할을 주었다.

장식과 설명이 없이 훌륭하게 약수터로 변신을 시켰다.

바가지를 가져다 놓은 분의 안목이 훌륭하다.


인월-금계 구간 중 유일하게 탁족하며 쉴 수 있는

차암~ 시원하고, 아름다운 계곡이 수성대다.

외곽성을 지키는 군대가 주둔한 곳이라서 守城臺라 했단다.

군대가 주둔했다는 것은 현실감 없는 옛날 얘기로 들리고

水城臺, Water Castle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쉼터이다.

이 숲길에 물의 잔치판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곳에선 누구나 선녀가 될 듯하다

수성대에 먼저 자리한 노인 두 양반

맛있는 옥수수를 나눠준다.

나는 ‘자유시간’과 ‘홍삼’을 두 개씩 드렸다.

자유시간? 홍삼? 적고보니 그럴듯하다.

시간을 나눠주다니?

오해마시라 이름에 비해 내용물은 초라한 초콜렛이다.

발씻고 노는 일에 팔려 수성대의 멋진 모습은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아쉽다.

‘멋진 속옷은 자신만의 훌륭한 비밀’을 즐기는 수단이란다.

수성대의 아름다움,

- 나만의 ‘멋진 속옷’이 되고 말았다.


수성대, 

이름만 생각해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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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대를 지나 술길을 오르고 내리면 장항마을에 이른다.

이젠 세속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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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마을의 모습이다.

집들이 번듯하고, 깨끗하다.

겉보기에는 살림살이 형편이 좋은 마을인 듯하다.

이 지역에는 젊은 귀농인들이 많다는 말을 들었다.

이 마을도 그런가 보다.

지리산 길은 젊은 귀농인들이 적극 추진하여 만들었단다.

지리산 길 벽송사에서 동강 구간 6Km정도는 아직 끊겨 있다고 한다.

길은 있는데 그 길가의 농부들이 농작물 망친다고 개방을 반대한단다.

경상도 함양분들의 기질이 알만하다.

지리산 둘레길이 호남땅에서 시작된 연유를 짐작하게 한다.

마음을 열고, 새롭게 사시기를....

멀리 보이는 큰 건물은 실상사가는 길목에 있는 ‘일성콘도’이다

7,8년전에 일성콘도에서 복분자 3박스를 밤새워 마시며 떠들던

일이 생각난다.

늘 함께 하자던 그 동료들,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궁금하다.

공평한 것은 보낸 세월의 양이 같다는 것 밖에 없다.

모두 모두 광화문 청사에 갇혀 애쓰는 모습이 떠오른다.

아,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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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마을의 당산목이다.

500년이상된 소나무로 보호수이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고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비는 곳이란다.

요즘에 보기드문 종교적 공간,

지나가는 길손에게는 아름다운 나무일 뿐이다.

당산목이란 이름을 들으니

‘Beauty'하다기 보다는 ’Novelty'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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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마을에서 바라다 보이는 매동마을 가는 길이다.

신작로를 건너 저 멀리 꼬불꼬불 보이는 길을 따라 가면

등구재를 넘어 경상도 땅으로 간단다.

오늘 길의 반도 오지 않았는데, 힘들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걸어본 자는 알 수 있다

 숲 밖으로 난 길이 사람을 다시

 산 속으로 이끈다는 것을“    < 조용미의 시 한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