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 지리산 둘레길" 답사 여행기-3부

운학처사 2009. 9. 8. 22:16

          지리산둘레길  매봉-금계

 

 

장항마을 입구에 있는 작은 쉼터에서

매동 마을길을 바라보면 산길이 아득하다.

아득한 산길도 넉넉한 마음으로 마주하면

그 풍경이 내 안으로 들어올 터.

그래도 노곤한 길손은 앞길이 걱정이다.


산길을 잘 걷는 것은 그 풍경을 사랑하는 일이다.

눈으로 즐기고,

마음에 담으면 고단함도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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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마을 앞 다리를 지나,

60번 국도를 가로지르면 곧장 매동마을 옆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이 다가온다.


매동마을에서 중항마을로 가는 길은

넉넉한 숲길이다.


10년전 

중산리에서 쌍계사까지 무리하게 지리산을 넘던 날!

모두 모두 말했다.

“다시는 지리산 오지 말자”고.

그 분들,

이제는 모두 정년퇴직하고 ‘청계학파’에 가입했으니, 같이 지리산 갈일은 없다.

그때의 우리 약속 모두 잘 지키며 산다.

나만, 지리산이 아닌 그 둘레길을 걷고 있다.

* “청계학파” : 정년퇴직하고 청계산 등산으로 소일하는 분들의 모임


그렇게 힘들게 다가왔던 지리산 연봉을

멀리서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

이 길에서 맛볼 수 있는 풍경이다.


숲길 중간중간에서 드러내 보여주는

지리산의 넉넉함과 풍만함이

앞서거나 뒤서거니 하면서 걷는 이들을 반긴다.

인월에서 금계까지의 길은 산길로 50여리길이다.

하루에 걷는 것이 부담이 되는 탓인지

이 길은

매동마을에서 하룻밤 지내고 등구재를 넘어 금계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이 무더운 날 왜 이리 걸어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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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동마을 숲길에서 만난 두꺼비다.

어린 시절 자주 보던 녀석.

카메라를 들이대도 꼼짝 않고 포즈를 취한다.

운봉길의 고라니, 수성대길의 배앰

모두 사삭하며 사라졌는데 꿈쩍도 않는다.


예로부터 두꺼비는 집지키는 수호신이요 재복의 상징이었다.

옛사람들이 이런 흉물스런 것을 ‘德두꺼비’라고 불렀다는 것은

통통한 것을 미덕으로 알고, 인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 마음때문이었으리라.

두꺼비는 개구리에 비해 몸집이 크고, 살이 많지 않은가?

이름 그대로 개구리보다 두껍고, 색깔도 누런 황금색이다.

그러니 재복의 상징이 되었나보다.


“떡두꺼비”같은 아이들,

이제는 집의 수호신이 아니라, 합법적 도적이다.

이젠 흙놀이가 뭔지도 모르는 요즘 아이들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이런 노래부르며 흙장난하던

부모시대의 정과 낭만을 알리 없다.


이 노래가 그리운 이들이여!

이제 집달라는 아이들 모질게 내치고

헌집이고 새집이고 간에 모기지론이라도 해서

즐거운 노후를 즐기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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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품속에 안겨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내면, 산 속에 깊이 안겨 있어 산내면인가?

산내면 중항마을의 고달픈 삶의 흔적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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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 논이다.

엄청난 노동의 고달픔을 담은 흔적이다.

30여평의 다랭이 논을 만들려면 2년동안은

아버지와 아들이 그 수고를 다하여야 했단다.

삿갓배미 같은 작은 농토와도 씨름하던 농부.

이 길을 지나는 내내

지리산에 얹혀 사는 이들의 고단한 삶의 모습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은 성벽처럼 쌓아올려 몇평의 논을 마련했다.

평생을 일구어낸 다랭이 논 몇평!

그로 인해 그 후손들은 쌀밥 구경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다랭이 논은 삶이 전쟁임을 말없이 알려준다.


산내면의 다랭이 논은 규모가 큰 편이란다.

그래서 삿갓배미, 공중배미 같은 다랭이 논은 없단다.

피아골에 가야 그런 삶의 예술을 볼 수 있단다.

가을날, 피아골에 한번 들러야겠다.


*삿갓배미 : 어느 농부가 다랭이 논 10개를 만들어 놓고 세어 보았는데 1개가 없더란다. 아무리 세어도 없어 걱정하다가, 자기가 벗어놓은 삿갓을 들어보니 그 아래 그 논이 있었단다. 그래서 그 손바닥만한 논을 삿갓배미라 했다니, 이 얼마나 멋진 Naming인가!


다래이쉼터2

 

숲길과 다랭이 논길을 한참 걷다보면

황토로 지은 괜찮은 민박들이 나오고,

내리막길에 “정을 담은 다랭이 쉼터”에 이른다.

인월에서 4시간쯤 걸으면 만날 수 있다.

다랭이 논에다 만든 쉼터.

아주머니 두 분이 바쁘다.

권장하는 메뉴는 비빔밥! 5000원이다.

라면, 파전, 도토리묵, 막걸리, 꿀차, 국민기호 식품 커피가 있다.

사진 속의 아주머니 두 분!

친구끼리 지리산길을 걷는 모양이다.

우리보다 1시간 먼저 출발했는데 둥구재 너머 나무그늘에서 다시 만났다.

무슨 이야긴지 그 말에 취해 마냥 즐거워하고 있었다.

인생의 ‘부록’이라는 ‘불혹’의 나이를 넘긴 듯한 두 여인,

그들의 수다와 멘탈리티가 아름답다.


여성들은 집떠나면 환상, 남자들은 개고생!

같이 떠나면?

쉼터에서 막걸리만 마시던 돼지 2마리(똥똥한 부인과 딸) 몰고온 인천 아저씨를 보니

남자는 신선, 여자는 개고생!


다랭이쉼터1

 

다랭이 쉼터의 필수 메뉴, 4,000원짜리 동동주다.

 한잔에 2,000원이란다.

 한잔만 달랬더니 한병 갖다주며 마시고 남기란다.

 나의 길동무는 술냄새도 멀리하는 주치(酒癡)라서

 혼자서 한잔 시원하게 들이켰다.

 남은 술은 반납,

 2000원만 받으며 꿀차 한잔을 서비스한다.

 라면 한 그릇과 준비한 도시락으로 멋진 오찬!

길동무들을 만나 이런저런 정보 주고 받으니 1시간이 금방 갔다.

주저앉아 막걸리나 마시고 싶은 마음이 철철 넘쳤다.


한가지 정보,

다랭이 쉼터에서는 화장실에 꼬옥 가봐야 한다.

산골의 수세식 화장실 체험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야말로 자연산 수세식 화장실!

기대하시고 가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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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나니 한여름의 태양이 작렬!

그래도 다랭이 논길을 따라 둥구재로 출발!

더운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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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정성스럽게 쌓아올린 다랭이 논들이다.

소중한 논둑에다 ‘두렁콩’이라도 심어 먹어야 하는데

이 길을 내어준 다랭이논 임자의 넉넉함이 멋지다.


다랭이 논길

 

꽤 넓은 다랭이 논이다.

이 논을 만들고 얼마나 흐뭇했을까?

이 논임자들은 산내면에선 지주급에 속할 거다.

어린 시절,

우리 집의 논모양과 비슷해서 반가웠다.


What is mean "다랭이"?

구례지역에서는 '다래이 논'이란다는데

'다락'이 '언덕'의 뜻이라면

언덕위의 논 이란 뜻이겠지!


사는 일도 힘든데 일터마저 언덕을 올라야 한다니!

Eventhough "다랭이", I have to working hard there so to living.


무인상점

 

다랭이 논길을 내려가면

무인상점이 나타난다.

냉커피, 얼음생수, 토종꿀 등등등

주인 핸드폰 번호만 적혀있고, 가격도 돈내는 방법도 비공개다.


6100, 무인상점물건

 

 한번 골라보시라!

다랭이 쉼터에서 가까워서 매상 올리기는 어렵겠다.


등구재쉼터

 

무인상점에서 조금 지나면 보이는 다랭이 쉼터다.

정자나무 옆에 SBS에도 나왔다는 유명한 등구재쉼터가 있다.

길손들이 모여서 여유를 즐긴다.

등구재는 ‘거북이 등 모양의 고갯길을 타고 넘는 고개’란 뜻이다.

소리는 좋은데 뜻은 알기 어려운 지명이다.


등구재점포

 

둥구재쉼터는 판매 품목도 마실거리도 다양하다.

다랭이 쉼터에서의 포만감이 아직 가시지 않아 별 생각은 없어도

‘공정여행’하는 분들의 말이 생각나

비싼 차 한잔 마시며, 잠시 땀을 식혔다.

젊은 아주머니, 좋아하신다.

나눠주는 일은 기분좋은 일이고, 공정해지는 길이다.


아주머니 바쁘신데, 그 옆에 신랑으로 보이는 젊은 분, 앉아서 sbs 얘기만 하신다.

생활 속에서 남자의 쓸모는 무엇일까?

오늘,

나는 무거운 배낭 메고 가니 쓸모가 있다.

기분 좋다!

개고생 아닌가?


등구재길

 

등구재길은 지리산길에서 경사가 심한 편이다.

그러나 꾸욱 참고, 한발 한발 내디디다보면 금세 오른다.

등구재는 전라도와 경상도가 나눠지는 고개이다.

이 고개를 넘으면 경상남도 함양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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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오르고 나면

이런 즐거운 길도 나온다.

이 길을 따라 주욱 가면 창원마을에 이른다.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느냐?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최희준, 그 양반 어찌 지내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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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로 가는 길목에 있는

‘등구재 넘어 쉼터’다.

전라도에서 넘어가는 이들의 쉼터로서는 목이 좋은 곳이 아니다.

산길에서의 쉼터는 길가는 이의 피곤이 적당히 쌓이는 길목에서

전망이 좋은 곳이라야 할 것이다.

노친네 두 분이 고사리, 콩, 고추 등의 농사 지은 물건을 내놓고 있다.


이곳의 마케팅 차별화 전략이 재밌다.

“커피 한잔 하세요”이 말이 키워드다.

할아버지 앞에 놓인 주전자에서는 계속 물이 끓고 있다.

사양하면, “그냥 드세요”하면서 자꾸 권한다.

메뉴판에는 소주,맥주,라면....웬만한 거 다 있는데 커피가 없다.


이 노인들 앞에서 커피한잔 공짜로 마시고,

그냥 일어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참고로, 

이곳 고사리가 값도 싸고, 양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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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길 도처에 있는 고사리 밭이다.

우리나라 비빔밥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고사리.

뿌리 줄기가 1m이상 자라면서 잎이 나오는 다년생 식물이란다.

최근에는 발암물질이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계속 먹어대면 영향을 받을 것이란다.

일본의 위암 발생률이 세계최고인 것은

고사리를 많이 먹는 식습관과 영향이 있는 것이 아닐까?

꼬불꼬불한 장식을 지닌 어린 고사리 순,

나는 그 모양과 색깔이 먹음직스럽지 않다.

그래도 요즘은 잘 먹는다.


꼬사리밭

 

고사리마저 먹기를 거부한 백이와 숙제

고사리의 발암물질 성분을 알고 있었나?

철없는 생각!


“꼬사리 밭에 드러가지 마세요"

삶의 현장은 이처럼 치열한 것!

나는 아직도 어리기만 하다.


등구재 정상

 

창원마을에서 금계로 가는 산길을 넘다 만난 길목이다.

아름답다.

저 너머의 세계가 궁금해지는 길,

이런 설레임을 줄 수 있는 길이 어디 흔한가?

지리산 길에서 멋진 길로 보았는데

이 멋진 곳이 소개된 책자는 못 보았다.

하긴,

제 눈에 안경인데, 누구에게나 멋질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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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구재넘어 쉼터 할아버지 말씀

“여긴, 창원,이젠 금계에 다 왔어”

그래도 창원마을에서 금계까지는 3Km가 좀 더된다.

피곤이 쌓인 3Km 산길은 가볍지 않다.

터벅 터벅!

일상을 견디듯이 걸으면 된다.

걷다보면 금계에 이른다.

금계 동네길은 가파른 길이다.

왼편에 보이는 깨끗한 건물이 ‘나마스테’란 민박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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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좋아하여 내려와 사는

서울사람이 운영하는 집이란다.

천왕봉이 바라보이는 전망도 좋고 깨끗하다.


‘나마스테’, 

인도말로 하는 인사아닌가?


뭔가 있어 보인다.

쉬어가고 싶다.


아, 드디어 금계에 왔다.

인월에서 금계까지 50여리의 고단한 길!

즐겁게 같이 걸어준 나의 길동무,

그리고, 길을 열어준 ‘숲길’사람들


“복받을 겨!”

난, 길동무와 함께

2009,.7.30(목)~7.31 이틀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재미있게 걸었다.

 

수성대-장항1

 

지리산길 걸으면서 유일하게 찍은 사진,

등구재길 오르는 길이다.


산중에서 만나면 산적같이 무서운 모습이다.

스포츠 색안경이 이미지를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안경벗고 다니는 건데...


이 모습 보면서도 같이 이야기해준  길손들 고맙다.

천사들이니 내 마음도 천사임을 알았을게다.


‘걷기’의 상쾌함을 위하여

나의 걷기가 건강하게 계속되길 빈다.


"I have a dream, walking to walk"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

              <황인숙, 바람부는 날이면>


 

<에필로그>

실상사2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른 실상사,


 스님이 한말씀 하신다.

 “붕어빵은 없어요. 진짜로”

 연못가 기왓장에 써있다.


 무얼까?

 

 지리산길은 궁금거리 투성이다.


 

* 2009,.7.30(목)~7.31 이틀동안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면서 중얼거린 이야기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