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속삭임
억새밭 소리 그칠 날이 없구나
억새의 이상(1)
하늘만큼 높은
이상을 두었으나
인내심이 부족하여
가던 길 멈추니
그 몸은 낮은 곳에 있구나
뿌리도 튼튼
줄기도 튼튼
잎도 튼튼
의지가 나약하여
먼 산만 바라본다
푸른 잎도
꼿꼿한 줄기도
세월의 흐름속에
젊음을 잃고
머리까지 백발이 되었구나
억
억새의 꿈(2)
먼 옛날 내 몸은 천신만고 끝에 보람있어
내 고향은 낮은 곳에 있지만 여기까지 왔다네
물가였다네 이상은 높은 곳을 향했지 나는 저 태양을 향하여
발이 항상 물에 젖어 쉬지 않고 노력했다네 백발을 휘날리고 있다네
기분 좋은 날 없었지 발이 젖지 않는 곳을 향하여 여기까지 오느라 이렇게 되었다네
억새의 표상(3)
세상이 다 푸를 때 모진 비바람에도 모진 세파에 시달려
그대도 푸르렀지 그대의 자리를 지켰지 남루한 모습이지만
튼튼한 몸과 마음 그 곧은 기상은 하늘을 향한 곧은 백발은
곧은 자세 뜻있는 사람들의 표상이라 푸른 하늘에 햇빛 받아
천하에 으뜸이지 길이 존경 받으리 더욱 찬란하구나
억새의 집념(4)
그대 이름은 억세다 해도 만고풍상을
억세다 하여 고향을 못 잊어 겪고 나니
억새라 물가를 떠도는 마음 백발이 되었다네
튼튼한 몸은 그대 안과 내 안이 북풍한설에도
그 이름과 같도다 다를 게 없구나 이른 봄까지 가리
억새밭의 일장춘몽(5)
내 옛날에 친구와 같이 누워
푸른 하늘을 보며
푸른 꿈을 꾸었지
저 하늘을 모든 사람들의
웃음꽃으로 가득 채우겠다고
옛날에 내 님과 같이 누워
사랑을 속삭이며 미래를 약속했지
영원히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자고
꿈은 꿈이고 약속은 약속 이었던가
구름모양이 그리 쉽게 변하는 것처럼
억새밭에 누워 하늘을 보니
실 눈 속으로 푸른 물속의
백로가 나는구나
주름진 얼굴에 억새꽃 흔들리니
세상이 변화는 이치를 알 만도 하다
억새와 갈대의 순정(6)
아주 먼 우리는 세월이 가면서 먼 곳에 있는 굶기를
옛날에 삶을 성장하여 산정을 향해 밥 먹듯이 하고
우리는 찬미하고 꿈을 갖고 삶과 죽음의 피고름이 나와
고향이 노래하면서 고향을 갈림길은 피골이 상접한 것이
같았지요 즐겁게 살았지요 떠났지요 우리와 동거하였지요 한 두 번이 아니었지요
고난이 심하여 세월을 이기는 장사 견디다 못해
자살을 작심한 적도 없다지 않는가? 친구는 고향으로 가다가
헤아리기 어려워 몸은 늙고 힘이 다하여
그래도 꿈을 버리지 않고 힘은 떨어지고 더 이상 갈 수 없어 멈추니
노력하였지요. 마음은 연약하여지고 갈대라 불렀지요
나는 나는 거처하는 곳은 다르나
이를 악물고 좀 더 오기는 왔으나 뜻을 같이 하였으니
산에는 왔으나 백발이 되었고 그리워
그 곳에 멈추니 친구는 보고 싶어
의지와 노력이 억세다 하여 다행히 머리도 북풍한설에
억새라고 칭하였지요. 백발과는 거리가 멀지요 백발 날리며 바라보지요.
억새꽃과 우리의 삶(7)
월출산 마왕재의
찬 서리 찬바람에
백발을 날리는
노옹이 있으니
억새라 한다
곧은 허리를 가지고 있으나
바람에 흔들리어도
부러지지 않고
항상 제자리에 있으니
세상사는 이치를 알고 있음이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날을
비에 맞고 바람에 흔들려도
쓰러지지 않는 이유는
가족들을 연결하여 땅속으로
깊고 넓게 뻗은 뿌리 덕분이라
염천에도 시들지 아니하고
사나운 비바람에 견디며
북풍한설에도 얼어 죽지 아니함은
뿌리 깊은 집안은 뼈대가 있나니
우리 인생살이와 다름이 있으리요
월출산에 해가 뜨고 지고
달이 뜨고 지고
이듬해 자라날 새싹을
가을에 만들어 준비하니
다 미래의 삶을 위해서라
모진 비바람 눈비에 시달리며
후손들을 알알이 보살피다 보니
무성하던 백발도 한 올 남지 아니 하는구나
잎도 껍질도 다 베껴지고 뼈만 남으니
이마저 머지 아니하여 진토되어 주고가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