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의 가을
단풍나무 발담군 물에
낙엽도 함께 몸 씻으니
길손의 눈길도
발길도 머물러
가을이 쉬어가는구나
단풍나무 가지 끝에
울긋불긋 가을이 매달리고
개울가 저편
칠칠한 여인의 허리같은 녹차밭
흰 꽃 가을이 가지에서 웃는다
도솔산 자락에 순풍이 이니
오색 단풍이 군무를 이룬다
오 가는 사람 눈은 황홀하나
보람과 허무가 교차하니
하나가 있으면 또 하나가 있으리라
낙엽은 길손에게 할 일을 일깨우고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니
머지않아 겨울이 온다는 엽서인가
녹차와 꽃무릇의 짙푸른 녹색은
오고가는 길손에게 힘을 주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