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피니 봄이 온다
햇볕 따사로우니 연녹색 꽃받침 그 향기 그윽하고 고요하여
푸르게 자란 햇가지 꽃잎을 받치니니 마음이 맑고 조용하여야 느낄 수 있고
아직도 어린데 연녹색과 흰색의 조화여! 한 평생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봄이 좋아 고결한 자태! 절조가 있나니
잎보다 먼저 꽃잎 하나에 다섯장의 꽃잎에 오복을 담아
피었구나 꽃받침 하나가 짝이 되었구나 봄향기 먼저 전하여 주니 더욱 고맙구나
화사한 당신 명자화
해마다 4월이 되면 가지마다 눈마다 어느 가지 어느 눈에
활짝 웃는 너의 모습 동지섣달 설한품이 머물러 그리 아름다운 모습을
화사한 자태를 누가 당하리오 사지가 굳도록 떨었으련만 곱살스럽게 감추어 두었던가
정들은 님의 마음이나 당할까? 온 봄의 아름다움이 네 얼굴에 있구나 그 아름다운 눈과 볼과 입술을!
가도 가도 자네도 그럼에도
본래 자리요. 이 광대한 우주에서 흙내가 고소할 적에
와도와도 무(無)자 하나는 기어이
떠난 자리야. 건졌을 터, 새 집을 짓는 까닭은
눈으로 차후론 평생 머문 곳에
허공을 바라보고 성불하겠다는 마음을 억매이지 않으려 함이니,
처음부터 집착을 끊고 인생이란
없는 길을 인연 따라 해가 가고 달이 가듯
한없이 살아도 좋으이. 오로지
걸어가는 게 이 곳인들 가고, 가고, 또 갈 뿐이지,
인생이지. 어찌 영원히 머물 곳이며, 이승이란 데는
그만치 시방에서 어딘들 본래 목숨 끊어지는 날까지
닦았으면 영원히 머물 곳이 있으랴. 가는 일 뿐이라네.
-삼한지 중 언적이 덕만에게-
